지금 너무 경황이 없어서 오타가 있어도 좀 봐주세요. 저는 3년째 혼자 자취 중인 20대 중반 직장인입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전 남친이 그냥 좀 철없고 사람 좋아하는 스타일인 줄 알았어요. 근데 오늘 제가 직접 보고 들은 건 그냥 소름을 넘어서 제 일상이 통째로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시작은 6개월 전이에요. 저는 중소기업 사무직이라 야근이 밥 먹듯 했고 전 남친은 프리랜서라면서 낮이고 밤이고 시간 펑펑 비는 사람이었죠. 제가 야근하고 늦게 들어오면 현관 앞 복도에서 쪼그려 앉아 기다리고 있으니 괜히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먼저 도어락 번호를 알려줬습니다. 네 자리 누르는 순서까지 손으로 찍어서 보여주면서 언제든 들어와서 쉬라고, 내 집이 네 집이나 마찬가지라고요. 그 한마디가 이렇게 돌아올 줄은 진짜 몰랐어요.
한 달 전에 결국 성격 차이로 헤어졌습니다. 결정타는 제 원룸에서 제 침대 옆 바닥에 둘러앉아 친구들 불러서 판 벌리고 담배 냄새까지 배게 한 거였어요. 걸리고 나서 난리 났는데도 제가 미련하게 바로 비번을 안 바꿨어요. 혹시 다시 찾아와서 매달리면 마음 흔들릴까 봐, 아니면 그냥 귀찮아서 미룬 거였죠. 그렇게 한 달을 방치했는데 오늘 낮에 홈캠 앱에서 움직임 감지 알림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심장이 쿵쾅거려서 앱 켰는데 화면 안에 전 남친이 아니라 처음 보는 남자 셋이 있더라고요. 제 침대 위에 신발 벗고 다리 꼬고 앉아서 제 과자 뜯어먹고 캔맥주 마시고 있었어요. 그중 한 명은 제 서랍장 제일 아래칸 속옷 넣는 칸을 활짝 열어젖히고 하나 집어 들고 낄낄대고 있었습니다. 너무 놀라서 마이크로 누구냐고 소리쳤더니 오히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수형이(전 남친 가명)가 단톡에 비번 올리고 언제든 와서 놀라고 했다는데요? 라고 되묻더라고요. 제 집 현관 비번이 자기들 놀이방 비밀번호인 양 공유된 겁니다.
바로 전 남친한테 전화했더니 더 어이가 없었어요. 야 너 어차피 낮에는 출근해서 집 비잖아. 애들 갈 데 없다고 해서 내가 좀 쓰라고 한 건데 그걸로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 에어비앤비처럼 같이 쓰면 좋잖아? 라면서 제가 속 좁은 사람인 것처럼 몰아가더라고요. 알고 보니 제 현관 번호를 친구들 단톡방 공지로 고정까지 해놨더군요. 그 얘기 듣는 순간 속이 뒤집혔습니다. 지금은 급하게 짐 몇 개 챙겨서 친구 집으로 피신했는데도 계속 현관 센서등 켜지는 소리, 복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서 한숨도 못 자겠습니다. 제발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