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손이 덜덜 떨려서 키보드가 제대로 안 눌리네요. 작년 겨울 클럽에서 만난 오빠예요. 제가 프리랜서로 디자인한다고 하니까 완전 자기 취향이라며 감각 미쳤다 칭찬하고, 자기가 준비 중인 사업 로고랑 명함도 좀 봐달라면서 다음날부터 아침저녁으로 연락하더라고요. 그렇게 매일 붙어 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선 넘게 됐고, 솔직히 이 사람이라면 나 책임져줄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근데 두 달 전 테스트기에 두 줄 뜨는 거 보고 심장이 쿵 내려앉았어요. 무서웠지만 그래도 제일 먼저 오빠한테 사진 찍어 보냈죠. 그랬더니 돌아온 답이 '미안, 잠깐만 머리 좀 정리할 시간 줘' 딱 그 한 줄이었어요. 그리고 그날 밤부터 카톡 차단, 전화는 꺼짐, 인스타까지 비공개로 돌려버리더라고요. 배 속 아이 생각하면 눈물만 나고 하늘이 노래지더라고요.
그대로 당할 순 없잖아요. 공통 지인들한테 수소문하고 SNS 위치 태그 뒤져서 겨우 그 오빠가 최근에 얻었다는 공유 오피스 주소를 알아냈어요. 혼자 가면 또 잠수 탈까 봐, 혹시라도 험한 소리 들을까 봐 지구대에 신변 보호 동행 요청드리고 경찰 두 분이랑 같이 찾아갔어요. 엘리베이터 내리자마자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책상, 그 안에 앉아 있던 오빠랑 눈 마주친 순간 걔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라고요.
경찰 제복 보자마자 걔가 바닥에 주저앉더니 갑자기 울고불고 '살려주세요' 소리를 지르는 거예요. 그러더니 경찰분들 팔 붙잡고 저를 손가락질하면서 '저 여자 꽃뱀입니다! 임신했다고 협박해서 돈 뜯으려고 경찰까지 데려온 거예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더라고요. 자기는 저랑 사귄 적도 없고 클럽에서 술 취해 한 번 실수한 건데 제가 집착해서 스토킹하니까 무서워서 피했다는 거예요.
순간 제가 무슨 사기꾼이라도 된 것처럼 사무실 사람들 시선이 다 꽂히는데 머리가 하얘지고 귀가 멍해지더라고요. 제 배 안에 있는 게 누구 핏줄인데 저런 말을 입에 담냐고요. 제가 모아둔 카톡 캡처랑 사진 보여주려니까 본 적도 없는 거라며 고개 돌리고 발악하는데, 이런 인간을 믿고 몸까지 준 제가 너무 원망스럽네요. 솔직히 그 시기에 다른 사람도 잠깐 만난 적은 있지만 이 아이는 오빠 거 맞는 거 같은데... 그래도 이렇게까지 매도당하니 끝까지 법대로 가서 책임지게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