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도심에서 IT 기획 일하는 20대 후반 여자고, 룸메랑 투룸 같이 산 지 반년 됐어요. 지금도 손이 덜덜 떨리고 가슴이 꽉 막혀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글 올려요.
저는 월급 들어오면 적금부터 넣고 남은 돈에 부모님이 가끔 보태주시는 용돈까지 모아서 한 달에 한 번은 나를 위한 선물로 가방을 사요. 그렇게 모은 애들을 작은방 옷장 한 칸에 더스트백까지 씌워 색깔별로 세워두는 게 제 낙이었어요.
그런데 딱 일주일 전부터 제가 제일 아끼던 로고 박힌 한정판 미니백이 안 보이는 거예요. 옷장이며 서랍이며 현관 신발장 위까지 다 뒤졌는데 흔적도 없고, 룸메한테 혹시 본 적 있냐고 조심스레 물었더니 얼굴이 굳더니 정색하면서 화를 내더라고요. 오히려 저보고 물건 관리를 왜 그렇게 하냐며 핀잔을 주길래, 제가 또 어디 흘렸나 싶어 그냥 속으로만 끙끙 앓았어요.
그러다 어제 퇴근하고 룸메가 욕실에서 샤워기 틀어놓고 물소리 요란하게 나는 사이, 살짝 열려 있던 룸메 방문 10cm 틈으로 낯익은 쇼핑백 모서리가 삐죽 나와 있는 게 보였어요. 설마 하면서 몰래 들어가 무릎 꿇고 침대 밑을 들춰봤더니, 먼지 뭉치 굴러다니는 바닥에 제 미니백이 그냥 처박혀 있더라고요. 너무 놀라 가방을 꺼내 들고 거실로 나오자마자 욕실 문이 열리면서 수건으로 머리 감싼 룸메랑 딱 마주쳤어요.
그때 룸메 반응이 진짜 가관이었어요. 처음엔 당황해서 말 더듬더니 갑자기 목소리 높이면서 저를 쏘아붙이더라고요. 너 가방 많잖아! 너는 집도 잘 살고 돈도 잘 벌면서 가방 하나 가지고 왜 이렇게 유난이야? 나는 평생 이런 가방 하나 가져보는 게 꿈이었어. 넌 친구가 그렇게 갖고 싶어 하는 거 뻔히 보면서 한 번 빌려준다는 말도 안 하더라?
귀를 의심했어요. 들켰으면 일단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근데 적반하장으로 소리를 지르면서 너희 집처럼 잘 사는 애들은 이런 거 하나 없어져도 타격 없잖아? 나는 이거 하나 있으면 세상 다 가진 것 같다고. 넌 정말 이기적이고 정 없는 애라며 인격적으로 몰아붙이더라고요.
제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니까 더 어이가 없었어요. 신고해봐! 그럼 나도 네가 평소에 내 생필품 쓴 거 다 증거 모아서 신고할 거니까. 너 저번에 내 우유 마시고 세제 조금 쓴 거 다 알고 있어. 그건 도둑질 아니냐며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펴더라고요. 저는 배달 시켜 같이 먹으려고 음료 한 모금 마시거나 세제 떨어졌을 때 한 번 빌려 쓴 게 다인데, 그걸 빌미로 제 명품백 가져간 걸 정당화하는 거예요.
지금 룸메는 방 문 잠그고 들어가서 제가 예민한 유난충이라며 같이 있는 단톡에 제 뒷담화까지 하고 있어요. 훔친 건 저쪽인데 왜 제가 집에서 가해자 취급을 당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가방은 돌려받았는데 이미 가죽에 잔기스 나 있고 화장품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어요. 이 뻔뻔한 인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정말 예민하게 구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