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고양이 한 마리랑 같이 사는 30대 여자입니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공간에 대한 애착이 유난히 큰 편이라 지금 사는 집은 정말 영혼을 갈아 넣어 꾸몄어요. 조명 하나, 의자 하나도 해외 직구로 두세 달씩 기다려가며 하나하나 들여서 만든 저만의 보금자리거든요. 그런데 오늘 진짜 손이 덜덜 떨리고 소름이 끼쳐서 잠도 못 잘 것 같은 일을 당해서 조언을 구하려고 글 올립니다.
최근 이사 계획 때문에 단지 내 부동산 딱 한 곳에만 집을 내놨어요. 저는 프리랜서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만 외출할 때도 집을 보여줄 수 있게 중개인 아저씨한테 도어락 비번을 믿고 맡겼죠. 물론 ‘방문 전에는 반드시 연락 달라’고 수차례 신신당부했고 아저씨도 걱정 말라며 큰소리까지 쳤어요.
그런데 오늘 오후 카페에서 클라이언트랑 미팅을 하던 중에 거실 홈캠 앱에서 알림이 울리더라고요. 켜서 확인해보니까 생전 처음 보는 남자 3명이 현관 비번을 찍고 제 거실을 활보하고 있는 거예요. 제가 믿고 맡긴 담당 아저씨가 아니라 목에 다른 부동산 명찰을 건 사람들이요.
놀라서 실시간으로 지켜보니까 그 사람들은 매수하러 온 손님도 아니고 동네 부동산 사장들이었어요. 서너 명이 우르르 들어와서 신발 신은 채로 안방 화장실 문까지 벌컥 열어젖히고, 제 고양이는 놀라서 침대 밑으로 도망갔는데도 아랑곳없이 낄낄대면서 ‘야 여기 인테리어 미쳤다’, ‘사진 찍어서 단톡방에 올려라’ 이러고 있더라고요.
심지어 한 명은 제가 아끼는 고가 디자인 체어에 신발도 안 벗고 털썩 주저앉아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더군요. 너무 어이없고 무서워서 바로 홈캠 스피커로 ‘거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라고 소리를 질렀어요. 그제야 당황한 얼굴로 허겁지겁 도망치듯 나가더라고요.
바로 담당 중개인한테 전화해서 이게 무슨 짓이냐고 따졌더니 돌아온 대답이 더 가관이에요. ‘아유 집이 너무 예뻐서 주변 사장님들한테 구경 좀 하라고 비번 좀 알려줬지~ 어차피 집 보여주려면 다 알게 될 건데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 이러는 거예요.
이게 말이라고 합니까? 혼자 사는 여자 집 비번을 자기 마음대로 동네 부동산에 다 뿌리고 다닌 거잖아요. 그동안 제가 없을 때 몇 명이나 제 집을 제멋대로 드나들었을지 생각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아요. 제가 피땀 들여 꾸민 가구며 사적인 물건들이 그냥 동네 구경거리가 됐다는 생각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도 중개인은 제가 예민한 사람이라며 사과 한마디가 없어요. 이거 주거침입으로 고소 가능한 거 맞죠? 비번 무단 유출로 업무정지나 자격 취소까지 시킬 수 있는지, 어떻게 대응해야 가장 확실하게 죗값을 치르게 할 수 있을지 알려주세요. 제발 도움이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