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직도 너무 당황해서 키보드가 제대로 안 잡힙니다. 저희 집은 그냥 평범한 중산층 맞벌이 가정인데 부모님이 평생 허리 한번 못 펴고 모으신 돈을 몽땅 털어 남동생을 미국 유학으로 보내줬습니다. 동생이 원래 머리도 좋고 착실해서 집안의 자랑이었거든요. 출국하던 날 출국장 앞에서 엄마 아빠가 펑펑 울면서 손 흔들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합니다.
미국 간 뒤로 동생은 시차 적응이다 과제다 하면서 영상통화는 한 달에 한 번 할까 말까였고 대신 인스타에만 가끔 하늘 사진이나 거리 사진 올리더라고요. 근데 최근 사진들이 자꾸 걸렸습니다. 하늘 색이 미국 특유의 쨍한 파랑이 아니라 미세먼지 낀 한국 특유의 뿌연 잿빛이고, 편의점 진열대에 찍힌 생수병 라벨이 너무 선명하게 한글인 거예요. 이상해서 예전에 가족 안전 공유하자며 동생 폰에 같이 깔아둔 위치 공유 앱을 켜봤습니다.
찍힌 점이 미국이 아니라 저희 집에서 지하철로 세 정거장이면 가는 옆 동네 고시원 밀집 골목이더군요. 앱 오류겠지 싶어 새로고침을 미친 듯이 눌렀는데 오차 5m 그대로 그 낡은 건물 옥상을 찍고 있었습니다. 소름이 등줄기로 쫙 올라서 회사에 조퇴한다고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달려갔습니다. 4층짜리 간판도 바랜 고시원 건물 현관 앞에서 늘어난 반팔티에 낡은 슬리퍼 끌고 나오던 동생이랑 그대로 눈이 마주쳤습니다.
동생은 제 얼굴을 보자마자 핏기가 싹 가시더니 가방끈을 움켜쥐고 뒤로 물러나더군요. 제가 팔을 잡고 다짜고짜 따지니까 한다는 소리가 고작 ‘누나, 여길 어떻게 알고 왔어?’ 이 한마디뿐이었습니다. 부모님이 피땀 흘려 보낸 수천만 원 유학비는 어디로 증발했고, 그럴싸하게 보내오던 등록금 영수증은 도대체 어떻게 만든 겁니까? 가족을 이렇게 대놓고 속이고 1년 가까이 이중생활을 했다는 게 사람이 할 짓인가요?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바로 쓰러지실까 봐 아직 입도 못 뗐습니다.
솔직히 지금 동생이 너무 낯설고 무섭기까지 합니다. 그렇게 가고 싶다던 유학을 제 발로 차버리고 옆 동네 고시원에 숨어 살면서 부모님과 저를 기만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제가 유난을 떠는 게 아니라 이건 누가 봐도 선을 한참 넘은 배신 아닌가요? 정말 천인공노할 짓을 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