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평생 한 번뿐인 결혼식 마치고 온 신부입니다. 지금 신혼여행 비행기 타기 전 라운지에서 대기 중인데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잠도 안 와서 글부터 씁니다.
제 10년 지기 절친 정**이라는 애가 있어요. 중학교 때부터 붙어 다녔는데 원래 끼 많고 어디서든 주인공 해야 직성이 풀리는 애였거든요. 그래도 제일 친하다고 생각해서 이번에 일부러 들러리랑 부케까지 맡겼어요. 제가 챙겨준 거죠, 솔직히.
사건은 2부 하이라이트 직전에 터졌습니다. 하객들 인사 다 돌고 사회자가 분위기 띄우면서 '이제 신부님의 행복을 나눌 부케 타임!' 외치는데, 정**을 앞으로 딱 호출하더라고요. 전 진짜 영화처럼 부케 들고 행복하게 던질 생각에 벅차 있었어요.
근데 얘가 갑자기 사회자 손에서 마이크를 낚아채는 겁니다. 전 순간 '어? 나 주려고 깜짝 편지 이벤트인가?' 했죠. 근데 대뜸 식장 전체에 울리게 남자친구 이름을 소리치더라고요. '민수야! 나랑 결혼해줄래?' 이러는데 제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정적 2초 뒤에 하객석 3열에서 꽃다발 든 남자친구가 버진로드를 뛰어오더니, 제 3단 케이크 바로 옆 무대 정중앙에서 무릎 꿇고 반지를 끼워주는 겁니다. 제 드레스 자락 바로 옆에서요. 제 결혼식 무대가 순식간에 남의 프러포즈 세트장으로 바뀌었어요.
하객들은 이게 식순인 줄 알고 어색하게 박수 치고, 메인 스냅 작가 두 분도 당황해서 셔터를 그쪽으로 돌리더라고요. 정**은 제가 던지려던 부케를 바닥에 툭 내려놓고 남자친구랑 바로 입 맞추고요. 제 부모님은 단상 아래서 얼굴이 굳어서 아무 말도 못 하셨어요.
그렇게 제 결혼식 마지막 15분은 완전히 그 커플 프러포즈 쇼가 됐고, 전 옆에서 병풍처럼 서서 박수 치는 엑스트라가 됐습니다. 끝나고 따지니까 정**이 하는 말이 '너 행복한 기운 받아서 나도 받고 싶었어. 너 주인공 다 했잖아, 15분만 나눠 쓰자 예민하게 굴지 마~' 이러더라고요. 진짜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왔어요.
제가 예민한 건가요? 평생 남을 웨딩 앨범에 그 광경이 4K로 박혀 있다고 생각하니까 피가 거꾸로 솟아요. 이거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