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IT 서비스 회사 서비스기획팀에서 5년째 버티고 있는 대리입니다.
진짜 지금 손이 덜덜 떨려서 키보드도 제대로 못 치겠네요. 지난 2주간 주말 전부 갈아 넣고 매일 밤 10시 넘게 남아서 만든 연말 프로모션 기획안 하나 있습니다. 예상 매출 수치 하나하나 엑셀로 시뮬레이션 돌리고 문구 하나까지 다듬어서 팀장님 컨펌만 남겨둔, 말 그대로 제 분신 같은 파일이었어요.
근데 오늘 오전 10시 주간회의에서 뒤통수를 세게 맞았습니다. 지난달 입사한 신입이 제가 팀 공유 드라이브 최종 폴더에 올려둔 그 파일을 통째로 복붙해서, 오늘 새벽에 팀장님 개인 메신저로 먼저 쏜 겁니다. 파일명만 자기 이름으로 바꿔서요.
회의 끝나자마자 애를 탕비실 구석으로 불러냈죠. 정수기 옆에 세워놓고 너 이거 내가 밤새 만든 거 알면서 왜 네 이름으로 먼저 보고했냐고 따졌더니 표정이 진짜 압권이더군요.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저를 위아래로 훑더니 대놓고 이렇게 말하는데요.
대리님, 기획안은 회사 자산이잖아요? 제가 팀장님께 더 빨리 공유드린 게 회사에 이득 아닌가요? 사적인 소유욕으로 요즘 애들 기를 죽이시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요즘 세상에 선배 권위로 찍어누르는 거 진짜 촌스러워요.
제가 꼰대인가요? 남의 파일 통째로 베껴서 자기 성과인 척하는 걸 신속한 공유라고 포장하는 게 말이 됩니까? 제가 따진 게 어떻게 기 죽이기가 되는지 도저히 머리에 안 들어옵니다.
더 어이없는 건 팀 분위기입니다. 신입은 이미 센스 빠르고 일 잘하는 MZ 이미지로 굳어져서 제가 뭐만 말하면 대리가 또 후배 견제한다, 질투한다는 뒷말만 돌아요. 팀장님도 내용 좋으면 됐지 누가 올렸는지가 뭐가 중요하냐는 식으로 대충 덮으려고 하고요.
솔직히 저도 이번 기획안 짜면서 예전에 봤던 타사 공모전 수상작 레퍼런스 많이 참고는 했습니다. 근데 그건 벤치마킹이지 베끼기가 아니잖아요? 이 신입은 조사도 없이 제 파일 글자 하나, 수치 하나 안 바꾸고 그대로 가져갔습니다. 이대로 입 닫고 있어야 할까요, 아니면 인사팀에 정식으로 문제 제기해야 할까요? 제가 예민한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