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가 겪은 일은 제 상담 인생은 물론이고 우리 센터가 문을 연 이래 최악으로 기록될 참담한 사건이었습니다. 아동심리 상담가로 일하며 별별 부모와 아이를 다 만나봤다고 자부했는데, 오늘 같은 무개념형 인간은 처음 봤습니다.
오후 2시 예약이던 7살 민우(가명)와 그 엄마가 센터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복도 공기가 싸하게 식었습니다. 접수대 앞 3미터 복도를 걸어오는데도 지독한 소주 냄새가 진동하더군요. 대낮 두 시에 아이 상담을 오면서 술을 마시고 오다니요? 코가 찌푸려지는 걸 억지로 참으며 상담실 안 4인용 테이블에 마주 앉아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민우는 상담실 가죽 의자 끝에 엉덩이만 간신히 걸친 채 제 눈은 피하고 엄마 쪽만 힐끔거리며 어깨를 바들바들 떨고 있었습니다. 검사지를 꺼내보지 않아도 아이의 불안이 어디서 왔는지 훤히 보이는 장면이었죠. 제가 분위기를 풀려고 “어제는 집에서 뭐 하고 놀았어?” 하고 가볍게 묻자 민우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어제 엄마 늦게 와서 혼자 있었어요…” 라고 답했습니다.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습니다. 옆에 앉아 있던 엄마가 “이게 어디서 거짓말을 해!” 하고 고함을 지르더니 그대로 민우 뺨을 후려쳤습니다. 쩍 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가 의자에서 굴러떨어졌고 저는 놀라서 아이를 품에 감싸 안았습니다. 그런데도 그 여자는 사과는커녕 “네가 이러니까 아빠가 너 버리고 간 거야!” 라며 입에 담기도 힘든 폭언을 쏟아붓더군요.
더는 지켜볼 수 없었습니다. 저는 즉시 데스크 직원에게 경찰 신고를 지시하고 아이를 옆 놀이방으로 분리했습니다. 경찰이 올 때까지 그 여자는 상담실에 있던 교구 상자를 집어 던지고 제 멱살을 잡으려 들며 “네가 뭔데 남의 가정사에 끼어드냐, 훈육한 거다!” 라며 적반하장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술 냄새와 함께 뿜어내는 그 번뜩이는 눈빛은 사람이라기보다 짐승에 가까웠습니다.
경찰이 도착하고 나서야 소란은 겨우 끝났습니다. 수갑이 채워지는 순간까지 그 여자는 “내 자식 내가 때리는데 니들이 뭔 상관” 이라며 경찰에게 침을 뱉었고 결국 현행범으로 연행됐습니다. 민우는 응급 보호 조치되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아이의 텅 빈 눈동자가 계속 밟히네요. 저런 사람이 부모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