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에 있는 대학 다니는 23살 여대생입니다. 이번 방학 두 달 동안 당한 일이 너무 기가 막히고 억울해서 어디에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속이 터질 것 같아 글 씁니다.
방학 시작할 때쯤 사귀던 박*준이 원래 살던 자취방 계약이 끝나고 다음 집 입주까지 두 달이 빈다며 제 방에서 같이 살자고 하더라고요. 6평 남짓한 원룸이라 침대 하나 놓으면 바닥이 꽉 차는 좁은 방이었는데, 저도 오빠랑 더 있고 싶은 마음에 그러자고 했어요. 월세 아낄 수 있다길래(사실 오빠 돈 한 푼 안 보탰지만) 그냥 좋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두 달 가까운 동거가 시작됐죠.
같이 사는 내내 박*준은 월세는 물론 생활비 한 푼 낸 적 없어요. 부모님이 보내주신 카드로 제가 장 보고 삼시 세끼 차려주면 그냥 앉아서 받아먹기만 했습니다. 가끔 과외 알바 간다며 저녁 먹고 나가서 새벽에 들어오곤 했는데, 저는 진짜 열심히 사는 줄 알고 야식까지 싸서 기다렸어요.
며칠 전이었어요. 박*준이 샤워하러 욕실 들어간 사이 핸드폰에서 알림이 울렸는데 화면에 정*희라는 이름으로 이번 달 월세 반 보냈어 고마워 자기야 라는 카톡이 떠 있더라고요. 심장이 쿵 내려앉았는데도 설마 동생이겠지 하며 넘기려 했어요. 근데 손이 떨려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결국 오빠 잠든 새벽에 몰래 비번 풀고 카톡이랑 이체 내역을 다 뒤졌습니다.
헉 소리 나더군요. 박*준은 제 원룸 바닥에서 제 밥 먹으며 자면서, 다른 동네에 정*희 씨랑 같이 자취방을 하나 더 계약해 월세를 반반 내고 있었어요. 정*희 씨한테는 저는 지방에서 올라온 친척 동생이라 짐만 잠깐 맡아두는 거라고 거짓말을 했고요. 저한테 과외 간다고 하고 나간 날들은 전부 그 집에 가서 데이트하고 온 거였습니다.
제 부모님이 힘들게 보내주신 생활비로 이 남친 밥 차려주고, 제가 아껴 쓰려던 돈으로 월세 부담 덜어주는 동안 박*준은 그만큼 돈 굳혀서 정*희 씨랑 사는 집 월세를 채우고 있었던 거예요. 둘이 나눈 카톡에는 저를 두고 뒷바라지 잘하는 만만한 애라며 비웃는 얘기까지 가득했습니다.
바로 깨워서 다그쳤더니 처음엔 말 더듬더니 나중엔 네가 예민해서 숨긴 거다, 내가 너를 더 사랑하니까 네 집에 사는 거 아니냐며 말도 안 되는 가스라이팅을 하더라고요. 진짜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 뭔지 알겠더군요.
결국 정*희 씨한테 직접 연락해 전부 말했습니다. 그분도 완전 경악하시더라고요. 박*준이 보증금까지 그분 명의로 대출받게 했다는 것도 그때 알았습니다. 저는 바로 박*준 짐 전부 복도에 내던지고 도어락 비번 바꿨어요. 근데 아직도 집 근처를 얼쩡거리며 잘못했다 다시는 안 그런다며 문자를 보내네요. 진짜 소름 끼치고 징글징글합니다. 제가 정말 호구였죠? 이 억울함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글을 올린 뒤 달린 댓글을 하나하나 다 읽어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댓글들의 지적을 곱씹고 있던 중 예전에 제 글을 기억하던 민* 후배에게서 연락이 와 긴 통화를 나눴고, 그동안 제가 얼마나 스스로 눈을 가리고 아웅했는지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그럼에도 박*준은 일주일이 넘도록 계단에 앉아 기다리거나 새벽에 찾아와 문 앞에 배달 음식을 두고 가는 등 기괴한 행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더는 버틸 수 없어 경찰에 스토킹으로 신고했고 건물주 아주머니께 사정을 설명드려 현관 CCTV 협조를 부탁드렸습니다. 얼마 뒤 정*희 씨에게서도 연락이 와 박*준을 고소하겠다고 했고, 두 사람이 함께 증거를 모아 책임을 묻기로 했습니다.
부모님께는 차마 모든 사실을 다 말씀드리진 못했지만 다른 곳으로 이사하고 싶다고 간곡히 부탁드렸더니 학기가 끝나면 옮겨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이제는 제 공간과 마음을 함부로 내주지 않으려 다짐했습니다. 자존감을 갉아먹는 연애가 얼마나 무서운지 이번에 확실히 알았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