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여러분이 지금 쌍욕 박고 있는 그 막장이 접니다. 친언니 상견례에 양가 어른들을 다 앉혀놓고 판을 엎은 다음 전 남친 바이크 뒷자리에 올라타 튄 인간이 바로 저예요.
다들 그러겠죠, 어떻게 하나뿐인 혈육의 결혼을 그렇게 짓밟을 수 있냐고. 근데 여러분은 평생 완벽한 언니라는 그림자 밑에서 비교당하며 살아본 적 있어요? 태어나서 전교 1등 한 번 안 놓친 언니 옆에서 너는 왜 언니 반만 못하냐는 부모님 말 듣고 자라면 속이 얼마나 시커멓게 썩어가는지 알아요?
그날도 똑같았어요. 호텔 한식당 별실 둥근 테이블에 양가 부모님이 마주 앉아 입이 귀에 걸려 있는데, 나는 구석 의자에 앉아 반찬만 뒤적이라는 눈빛을 받는 거예요. 그래서 준비한 걸 터뜨렸죠. 언니가 예비 형부 몰래 연락하던 남자들 이름이랑 형부 절친이랑 제가 호텔 엘리베이터 앞에서 찍은 사진들을 테이블 위에 그대로 뿌렸어요. 순식간에 조용하던 방이 뒤집히고 엄마 비명과 아빠 뒷목 잡는 소리를 뒤로한 채 전 남친이 밖에 대기시켜 둔 바이크에 올라탔어요.
헬멧도 제대로 안 쓰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데 처음으로 숨이 트이는 기분이었어요. 언니가 가졌다는 분양권이니 예물이니 그딴 게 다 무슨 소용이에요, 이미 그 집안 체면은 바닥에 처박혔는데. 지금은 외딴 펜션에서 전 남친이랑 캔맥주 까면서 이 글을 쓰고 있어요. 부모님이랑 언니한테서 연락이 미친 듯이 오지만 전부 차단했어요.
사랑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는 지금 제 인생에서 가장 짜릿하고 로맨틱한 순간을 살고 있어요. 여러분이 아무리 손가락질해도 상관없어요, 저를 옥죄던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제 손으로 부숴버렸으니까 행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