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자취 1년차 중소기업 다니는 24살 사회초년생입니다. 지금 너무 황당해서 오타도 제대로 못 고치겠는데 제가 예민한 건지 글 올립니다.
같이 사는 룸메는 원래 제 옷이랑 화장품을 허락도 없이 자기 것처럼 써요. 투룸에 가벽 세워 나눠 쓰는 집인데 제 방 화장대 위에 둔 쿠션이랑 립이 어느 순간 룸메 방에 가 있고, 제 후드티가 룸메 빨래에 섞여 나오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그냥 좋게 넘어가자 싶어서 참았는데 이번엔 진짜 선 넘었어요. 욕실 앞에 둔 제 빨래바구니 안에 제가 어제 입지도 않은 속옷 세트가 구겨져서 들어있더라고요.
너무 찝찝해서 룸메한테 이거 혹시 입었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너무 당당하게 어제 급하게 헬스장 가는데 마땅한 게 없어서 하나 빌려 입었다는 거예요. 근데 제 얘기 끝나기도 전에 표정이 싹 굳더니 저한테 대뜸 왜 이렇게 질 떨어지는 속옷을 입냐고 소리를 지르는 겁니다.
자기 말로는 제 속옷이 사이즈도 너무 작고 재질도 싸구려라서 운동 내내 쓸려서 살이 다 까지고 너무 아팠대요. 그러면서 평소에 몸에 닿는 건 좋은 걸 입어야지 왜 이런 걸 입고 다니냐, 사람이 다칠 수도 있는 걸 왜 방치했냐면서 오히려 제 속옷 때문에 자기가 다쳤으니 늘어난 거 원상복구 해놓으라고 하는 거예요.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오는데 갑자기 핸드폰을 들이밀면서 프랑스 명품 속옷 사이트를 보여주더라고요. 세트에 45만원짜리였어요. 자기가 신었던 제 속옷은 제가 가져가면 되고, 자기 몸 쓸린 거랑 스트레스 받은 거 생각해서 이걸로 보상하라는 겁니다. 이걸 사주면 없던 일로 해주겠대요.
안 사주면 제가 가해자라며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더라고요. 남의 몸에 상처를 준 거랑 다름없다는 논리예요. 사실 저도 할 말 없는 게 예전에 룸메가 냉장고에 넣어둔 수제 요거트를 제가 몰래 하나 까먹고 모른 척 넘어간 적이 있거든요. 그게 걸릴까봐 그동안 룸메가 제 물건 쓰는 것도 그냥 눈감아준 것도 있고요.
근데 45만원이면 제 한 달 식비보다 큰 돈이에요. 지금 룸메는 거실 한가운데 서서 문 열어놓고 빨리 결제하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있어요. 방에 들어와서 숨죽여 글 쓰고 있는데 진짜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싼 속옷 입은 게 진짜 잘못한 건가요?
그날 결국 친한 언니가 급히 차를 몰고 와 제 짐을 하나하나 실어 나갔어요. 룸메는 현관 입구를 몸으로 막아선 채 45만원을 입금하기 전에는 절대 못 나간다며 계속 고함을 질렀는데, 언니가 바로 신고하겠다며 휴대폰을 들어 올리자 그제야 욕을 내뱉으며 마지못해 길을 비켜주더라고요.
지금은 언니 집에 며칠 얹혀 지내는 중인데 룸메에게서 카톡이 쉴 새 없이 와요. 피부에 올라온 붉은 두드러기 사진과 피부염 진단서라며 병원에서 떼왔다는 서류 사진을 여러 장 보내더니,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전부 봤다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제 글 때문에 평판이 떨어졌으니 위자료로 100만원을 당장 내놓으라고 요구해요. 언니는 신경 쓰지 말고 차단하라고 단호하게 말하지만 혹시 진짜 고소가 들어오면 어쩌나 싶어 밤마다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어요. 제 회사 위치까지 알고 있어 혹시 찾아올까 봐 출퇴근길에도 계속 불안해요.
새로 이사할 집도 조건 맞는 곳이 잘 안 나오고 보증금도 아직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해 매일 속이 타요. 법률구조공단에 상담 예약은 겨우 잡아둔 상태인데, 이 일이 정말 제 잘못도 있는 건지 아닌지 아직도 머릿속이 복잡하고 혼란스럽기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