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 쓰는 내내 너무 놀라서 키보드가 제대로 안 눌려요. 다들 시골에서 김치 보내주면 감동이라고 하잖아요? 저도 그렇게만 알았어요. 근데 오늘 제가 겪은 일은 그냥 공포영화보다 더 기괴하고 소름이 끼치는 일이었습니다.
저희 시어머니 평소에 겉으로는 며느리 챙긴다고 이것저것 참 잘해주시는 분이었거든요. 시골 인심이라며 김치니 반찬이니 택배로 보내주실 때마다 주변에 자랑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오늘 현관에 도착한 스티로폼 박스부터가 이상했어요. 테이프 틈으로 김칫국물이 살짝 새어 나와 바닥에 흥건한데, 김치 냄새가 아니라 쉰내랑 쿰쿰한 절 냄새 같은 게 섞여서 코를 찌르더라고요. 익어서 그런가 싶어 그냥 넘겼죠.
싱크대 앞에 박스 풀고 김치 냉장고에 옮겨 담으려고 큰 통을 기울여 바닥까지 뒤집는데 손끝에 김치랑은 결이 다른, 미끈질척하고 질긴 비닐 같은 게 걸리는 거예요. 처음엔 김치 팩인 줄 알고 잡아당겼는데 쭉 딸려 올라온 게 노란 한지에 붉은 글씨로 빼곡하게 뭐라고 써 있는 부적이었어요. 지퍼백에 이중으로 싸서 테이프로 김치통 바닥에 딱 붙여놨더라고요. 김칫국물에 절어서 글씨가 번져 있는데도 제 이름 석 자랑 복종, 결속 같은 단어가 거꾸로 적힌 건 또렷하게 보이더라고요.
너무 놀라 통을 놓칠 뻔했어요. 이게 누가 봐도 며느리 잘 되라고 넣은 거예요? 시골 어르신들 미신 무섭다는 얘기만 들었지 제가 직접 당할 줄은 몰랐죠. 바로 남편한테 사진 찍어 보냈더니 돌아온 말이 어머니가 그럴 분이냐, 네가 예민해서 확대해석하는 거 아니냐는 거예요. 오히려 저를 예민한 사람, 이상한 사람 만드는데 진짜 억울해서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 통 연 뒤로부터 계속 뒤통수가 간지럽고 누가 쳐다보는 것 같고 머리까지 지끈거려요. 저 정말 이 집안이랑 계속 가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제가 예민한 건가요? 아니면 시어머니가 작정하고 저한테 뭔가를 하려고 이런 걸 넣은 건가요? 그 얼굴 이제 어떻게 봐야 할지 감도 안 잡혀요.
글을 올린 뒤 댓글들을 읽으니 역시 내가 가스라이팅 당해왔다는 확신이 더 단단해졌습니다. 남편과도 크게 다퉜는데 끝까지 어머니 편만 들며 그 부적은 가족이 잘 지내라는 의미의 화합부라는 어이없는 해명을 늘어놓더군요. 화가 난 저는 부적 사진과 시어머니가 돈 문제로 은근히 압박하던 대화 캡처본을 모아 친정 부모님께 그대로 전송했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시어머니가 절에 비용을 내고 제 마음을 되돌려 보려 받아온 것이었고 사실상 뜻대로 움직이게 하려는 의도였다는데 그게 저주가 아니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바로 변호사를 선임해 시어머니의 부당한 처사와 미신에 기대는 행태로 입은 정신적 고통을 근거로 이혼 절차를 준비 중입니다. 남편은 이제 와서 매달리지만 김치통 바닥에 부적을 붙여 보내는 집과는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습니다.
며칠 전에는 시어머니가 집 앞까지 찾아와 울며 호소하셔서 겁이 나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주변에서는 제가 너무 매정하다고 하지만 제 삶을 지키는 게 잘못된 일인가요? 결국 앞뒤가 뒤섞인 채 커뮤니티에선 시어머니가 이상한 분으로 낙인됐고 저는 그 틈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속은 시원하면서도 어딘가 씁쓸한 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