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10시 반쯤 101동 뒤편 분리수거장에서 진짜 어이없는 장면 봤어요. 흰색 세단이 분리수거장 바로 앞에 차를 대더니 뒷좌석에서 30대 중반쯤 돼 보이는 여자가 내리더라고요. 선글라스에 풀메, 목에 스카프까지 두르고는 트렁크도 아니고 뒷좌석에 있던 갈색 숄더백을 들고 와서 일반쓰레기함에 그냥 툭 던져버리는 거예요. 처음엔 착각해서 잘못 버리나 싶었는데 가방이 너무 멀쩡해 보여서 가까이 가봤죠. 백화점 1층 유리 진열장에 걸려있는 그 로고, 그 가죽 결 그대로더라고요.
솔직히 저도 눈 돌아가서 혹시나 싶어 지퍼 열린 틈으로 슬쩍 들여다봤거든요. 근데 코부터 찌르는 쉰내에 바로 뒷걸음질 쳤어요. 안에 먹다 남은 배달용기 국물이며 시커멓게 곰팡이 핀 귤껍질이며 뒤엉켜 있고, 그 사이사이에 빨간 글씨로 ‘납부 독촉’ ‘채권추심 예정’ 찍힌 종이들이 구겨져서 한가득 처박혀 있더라고요. 명품백이라더니 완전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쓰고 있었어요. 그 꼴 보고 헛웃음만 나왔습니다.
기분 더러워서 바로 관리사무소로 뛰어갔어요. 경비반장님이랑 CCTV 돌려보니까 이 여자 우리 단지 입주민도 아니더라고요. 옆 단지에서 일부러 차 몰고 와서 우리 분리수거장에 자기 집 오물을 배설하고 간 거예요. 경비 아저씨가 가방 들어서 만져보더니 가죽 냄새부터 다르다며 바로 짝퉁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급하게 찍어낸 티 나는 S급이라나. 겉만 번지르르한 가짜로 치장한 게 딱 들통난 거죠.
세단 끌고 다니면서 우아한 척은 다 하면서 속은 독촉장에 쫓겨서 남의 아파트 쓰레기장에 가짜 인생 버리고 다니는 꼴이 얼마나 궁색하던지. 역시 가방이 명품이면 뭐합니까, 그 안에 담긴 삶이 썩었는데. 괜히 좋아라 하고 주웠다가 그 오물이며 빚 독촉장까지 뒤집어쓸 뻔했어요. 여러분도 분리수거장에 멀쩡해 보이는 가방 있다고 절대 집어 들지 마세요. 그 안에 누구의 망한 인생이 처박혀 있을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