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SNS 저장함에 넣어뒀던 그 날이었어요. 3층 브라이덜룸, 조명 세 개가 얼굴에 꽂히는데 친구 세 명이 제 베일 잡고 핸드폰으로 사진 찍어주던 그 10분, 진짜 여왕이라도 된 기분이었거든요. 그때 노크도 없이 문이 벌컥 열리더니 시누이가 들어오더라고요.
근데 손에 들린 게 이상했어요. 트레이도 없이 맨손으로 레드 와인이 찰랑이는 와인잔을 들고 있더라고요. 신부 대기실에 와인을 들고 오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언니 축하해' 하는데 목소리 톤이 축하가 아니라 등골이 서늘해질 만큼 차가웠어요. 그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제 코앞까지 바짝 다가오더니 갑자기 발목을 꺾는 시늉을 하면서 잔을 그대로 제 드레스 가슴팍 정중앙에 엎어버리는 거예요. 순식간에 순백 실크가 시뻘건 와인으로 번져 내려가는데 비명조차 안 나오더라고요. 그냥 눈앞이 하얘졌다가 빨갛게 물드는 것만 보였어요.
진짜 소름 돋은 건 다음이었어요. 보통이면 '어머 어떡해' 하고 난리칠 텐데 시누이는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어깨를 들썩이며 웃고 있는 거예요. 옆에 있던 전신거울에 그 올라간 입꼬리가 선명하게 비치는데 완전히 즐기고 있었어요. 당황해서 나온 웃음이 절대 아니었어요.
입장 5분 전인데 드레스샵 이모님은 '이건 절대 안 빠져요' 하면서 손만 비비고 계시고, 시어머니는 '실수인데 돈으로 물어주면 되지 왜 호들갑이냐'며 오히려 제게 고함을 지르시고, 남편은 제 눈도 못 마주치고 '우리 애가 그럴 애가 아니다'만 중얼거리면서 복도 끝으로 도망가더라고요.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야 할 날을 시뻘건 얼룩으로 지져놓고 입 가리고 낄낄대던 그 여자, 이게 정말 실수라고 생각하세요? 입장 음악 기다리는 지금도 손이 덜덜 떨려서 이 결혼을 그대로 밀고 가야 하는지 아무 판단이 안 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