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답답해서 글 써요. 저는 지방에서 올라온 사범대 휴학생인데 자취방 월세랑 생활비 내려고 과외 두 탕 뛰고 있어요. 근데 그중에 한 집이 진짜 레전드예요. 첫 상담 때 부모님 인상도 너무 좋고 집도 번듯해서 아 이 집은 돈 떼일 일 없겠다 싶었거든요. 근데 지금 과외비가 세 달째 한 푼도 안 들어왔어요.
어머님한테 매번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면 어머 선생님 미안해요 남편 사업자금이 잠깐 묶여서요 다음 주에 꼭 챙겨드릴게요 이 멘트만 세 달째 반복이에요. 이번 달 월세 하루만 밀려도 집주인이 바로 연락 오는 상황이라 어제는 진짜 이를 악물고 현관에서부터 다시 한 번 정중하게 말씀드리고 수업 들어갔어요. 그런데 중간 쉬는 시간에 제가 복도 끝 화장실 다녀오려고 공부방 문을 살짝 열어뒀는데 그 틈으로 보니까 그 집 중딩 아들이 제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지퍼를 열고 있더라고요.
처음엔 뭐지 싶어서 그냥 멈춰서 지켜봤거든요. 근데 얘가 제 지갑을 꺼내더니 지폐 칸을 훑어서 5만원짜리 한 장을 진짜 자연스럽게 뽑아 바지 주머니에 쑥 밀어 넣는 거예요. 손놀림이 한두 번 해본 게 아니었어요. 부모는 세 달째 과외비 떼먹고 자식은 선생 가방에서 돈을 빼가다니 이게 한 집에서 일어날 일이 맞나요? 너무 얼이 빠져서 그냥 못 본 척 화장실 다녀온 척하고 다시 들어갔는데 애가 책상에 앉아서 태연하게 문제 풀고 있는 얼굴 보는데 소름이 쫙 끼치더라고요.
솔직히 저도 할 말 없는 건 알아요. 저번에 수업 끝나고 안방 화장실 빌려 썼을 때 세면대 위에 있던 수입 크림 있길래 열받아서 빈 공병에 조금 짜서 가져온 적 있거든요. 근데 그거 몇 만원짜리 조금 덜어온 거랑 제 석 달 일당이랑 비교가 되나요? 그리고 중학생이 남의 지갑에서 5만원을 훔치는 건 엄연히 절도잖아요. 그 장면 제가 바로 폰 꺼내서 복도 거울에 비친 모습으로 동영상 살짝 찍어뒀어요.
이 영상 부모님한테 보여주면서 밀린 과외비 당장 입금 안 하면 학교랑 경찰에 알리겠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그냥 조용히 그만두고 손절하는 게 맞을까요? 솔직히 그 집 아버님 인상부터가 너무 위압적이라 잘못 건드렸다가 보복당할까 봐 무서워요. 진짜 이 가족은 겉만 사람이지 속은 완전 악마 같아요. 저 어떻게 하는 게 제일 깔끔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