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내일이면 식 올리는 예신입니다. 지금 두 손이 덜덜 떨려서 휴대폰을 잡는 것도 버거워요.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머리가 새하얗게 비었네요.
딱 30분 전 일이에요. 신혼집 거실 소파에 내일 입을 드레스 가봉 상태랑 예물 케이스 벌려놓고 최종 점검 중이었어요. 예비신랑은 안방 문 닫고 들어가서 사회자랑 내일 식순 통화 중이었고요. 그때 모르는 번호로 톡 하나가 툭 오더라고요. 10초짜리 영상 파일 하나가 첨부된.
재생 누르자마자 심장이 바닥으로 꺼졌어요. 두 달 전, 그러니까 양가 상견례 끝나고 예식장 계약까지 다 끝난 뒤였어요. 전 남친이 마지막으로 얼굴 한 번만 보자고 해서 나갔거든요. 진짜 인사만 하고 헤어질 생각이었는데 말이 길어지면서 분위기에 휩쓸려 호텔까지 가게 됐어요. 근데 그게 몰카도 아니고 제가 직접 폰 들고 거울 앞에서 웃으면서 찍은 영상이더라고요. 제가 시켜서 찍은 거나 다름없어요.
영상 마지막에 텍스트로 '축하해' 세 글자가 딱 박혀 있더라고요. 걔는 알아요. 제가 이 영상 절대 밖으로 못 꺼낸다는 걸. 저도 알아요. 이거 한 번 퍼지면 제 인생 그대로 매장이라는 걸. 친정 부모님 얼굴을 어떻게 보고, 시댁 어른들한테는 뭐라 해요. 무엇보다 저를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순진한 사람으로 믿는 예비신랑이 이걸 보면... 생각만 해도 숨이 턱 막혀요.
제일 미칠 노릇은 영상 속 제 표정이에요. 전 남친 어깨에 기대서 애교 부리고, 결혼 준비 스트레스 풀린 사람처럼 헤헤 웃고 있어요. 너무 행복해 보여서 더 소름 끼쳐요. 걔는 제 행복을 담보로 잡은 거예요. 자기가 못 가질 바엔 다 부숴버리겠다는 심보죠.
지금이라도 예비신랑한테 다 털어놓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전 남친한테 어떻게든 연락해서 입막음이라도 해야 할까요? 근데 이미 제 번호 차단한 건지 답장 자체가 안 가요. 제발 현실적인 조언 좀 주세요. 어떻게든 내일 식만 무사히 넘기고 싶어요. 이렇게 생각하는 제가 너무 이기적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