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3층 여자화장실 맨 안쪽 칸에 문 잠그고 숨어서 씁니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올 것 같아서 오타가 좀 나도 이해해주세요.
저는 IT 중견기업 서비스 기획팀 2년차 사원입니다. 지난 6개월 주말 다 반납하고 야근 밥으로 편의점 도시락 까먹으면서 만든 ‘차세대 AI 검색 모듈 개편안’이 있어요. 검색 로직부터 화면 시나리오, 유저 플로우까지 제 손 안 탄 데가 없는 제 자식 같은 기획안인데, 잘 보이고 싶어서 팀장님께 단둘이 저녁에 맥주 한잔 하면서 핵심 로직까지 미리 다 보여드리고 피드백도 구했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오전 리더 회의 끝나자마자 팀 전체 공지가 떴습니다. 박** 팀장이 ‘본인의 탁월한 기획’으로 이번 분기 최고 성과를 인정받아 특진했다는 거예요. 첨부된 공적 문서 열어보니까 제목만 ‘AI 검색 고도화 방안’으로 바뀌었을 뿐 목차, 로직, 시나리오 문장까지 제가 쓴 그대로더라고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점심시간에 탕비실 옆 복도 구석으로 팀장님 따로 불러서 물었습니다. ‘팀장님 이거 제가 개인적으로 피드백 부탁드린다고 보여드렸던 제 기획안 아니냐’고요. 그랬더니 표정 하나 안 바꾸고 ‘강 사원, 회사는 결과로 말하는 거야. 네가 초안 좀 잡았다고 다 네 거냐? 내가 다듬고 임원들 설득해서 통과시킨 건데 사회생활 그렇게 예민하게 하면 곤란하지’라며 오히려 저를 예민한 사람 취급하더라고요.
결정타는 저녁 특진 기념 회식이었습니다. 고깃집 룸에 팀 전원이 둘러앉고 소주 몇 순배 돌았을 때 팀장이 저를 옆으로 부르더니 제 눈을 빤히 보면서 비웃더라고요. ‘억울하면 실력 말고 외모로 승부 보지 그랬냐? 다음 회식 때는 맨날 입는 청바지 말고 치마 좀 짧게 입고 오던가. 그럼 내가 성과 하나 정도는 챙겨줄지도 모르지?’ 평소엔 청바지만 입던 제가 오늘은 나름 신경 써서 짧은 스커트 입고 갔는데도 대놓고 저런 소리를 하더라고요.
그 순간 머리가 하얘지고 귀에서 윙 소리가 났습니다. 제 기획안 훔쳐간 것도 모자라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저를 성적 도구 취급하며 비아냥대다니요. 당장 사표 던지고 뛰쳐나오고 싶은데 그동안 모아둔 메일, 메신저 기록, 초안 파일 다 있는데 이걸 어디에 어떻게 터뜨려야 저 인간 확실하게 보내버릴 수 있을까요? 진짜 피눈물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