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하나도 손에 안 잡히네요. 어제 오후 3시쯤 박 대리님이 잠깐 탕비실 간 사이에 옆자리 모니터에 카톡 창이 그대로 켜져 있더라고요. 무심코 봤는데 맨 위에 제 이름 딱 박힌 단톡방이 떠 있는 거예요. 설마 하는 마음에 스크롤을 살짝 내려봤다가 그대로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팀원 대여섯 명이 모인 방이었는데, 제가 며칠 전 얇은 트위드 느낌 오피스룩 입고 출근한 날 복도에서 몰래 찍힌 뒷모습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올라와 있더군요. 밑에 달린 말이 더 가관이었습니다. '가슴 한 거 아니냐', '엉덩이 뽕 심하다', '저런 몸매면 남자가 줄 서겠네' 줄줄이 적혀 있는데, 평소에 제일 믿고 따르던 박 대리님까지 '맞는 것 같아, 원래 좀 끼 부리는 스타일이잖아' 하며 맞장구를 치고 있는 걸 보고 속이 뒤집혔습니다.
저 원래 운동 좋아해서 자기관리 꽤 하는 편이고 인스타에도 운동 사진 가끔 올려요. 근데 그건 제 개인 공간이고, 직장 동료들이 뒤에서 제 몸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저급한 농담을 주고받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 아닌가요? 가족처럼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그 친절이 다 가식이었나 싶어서 구역질이 올라옵니다.
솔직히 저도 예전에 동료들이랑 단톡방에서 연예인이나 모델 몸매 보고 한두 마디 거든 적은 있어요. 근데 그건 다 같이 하는 가벼운 수다 수준이었고, 이번처럼 특정인을 찍어서 올려놓고 인격적으로 깎아내리는 짓이랑 같나요? 이건 누가 봐도 선을 한참 넘은 성희롱이죠.
오늘 아침 일찍 변호사 상담 다녀왔고 증거는 전부 캡처해뒀습니다. 인사팀에도 정식으로 문제 제기할 거고요. 박 대리님은 아침부터 제 눈치 보면서 '그냥 장난이었다', '우리 친하지 않았냐'며 빌고 있는데 절대 합의할 생각 없습니다. 장난도 듣는 사람이 상처받으면 폭력이죠. 예민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끝까지 갈 겁니다. 제 인생 걸고 저런 인간들 전부 대가 치르게 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