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결혼 6년차, 다섯 살 딸 하나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지금 새벽인데도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손 덜덜 떨면서 이 글 쓰고 있어요. 가슴 안쪽에서 불덩이가 올라와서 숨이 안 쉬어지네요.
저희 시댁은 제사만 일 년에 네 번이에요. 명절까지 치면 두 달에 한 번은 무조건 시댁 부엌에서 전 부치고 나물 무쳐야 합니다. 저는 회계 사무실에서 일하는데 야근에 마감에 치여 사는데도 남편은 매번 '장남이니까 당연한 도리'라며 저를 몰아세웠어요. 저는 바보같이 그게 가정적인 남자인 줄 알고 친정 엄마 아빠한테 미안한 마음 꾹 누르고 반차까지 내면서 시댁 부엌데기 노릇을 도맡았죠.
일은 지난주 친정 아빠 환갑 때 터졌습니다. 호텔 잡고 크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가족끼리 조용히 식사 한 끼 하자고 한 달 전부터 날짜 잡아둔 거였어요. 남편도 달력에 동그라미까지 쳐놓고 본인 입으로 '아버님 환갑이니 당연히 가야지' 약속까지 했고요.
그런데 당일 오후에 카톡 한 줄 띡 오더라고요. '급한 일이 생겨서 못 갈 것 같다'고. 전화해도 안 받고 문자도 씹더라고요. 결국 저랑 딸 둘만 친정에 갔습니다. 아빠는 애써 웃으시면서 '사위 바쁜데 어쩌겠냐'며 저를 위로하시는데, 친척들이 '사위는 어디 갔어?' 물을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려서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어요. 사위 빈자리가 이렇게 큰 건지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더 기가 막힌 건 밤에 집에 들어왔을 때였어요. 급한 일 있다던 남편이 집에서 제일 편한 옷 입고 소파에 다리 꼬고 앉아 맥주 캔 따면서 축구 보고 있더라고요. 제가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소리를 지르니까 되려 '내일모레가 제사야. 제사 준비 때문에 컨디션 관리해야 하는데 환갑 고기 파티 하나 때문에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라며 저를 유난 떠는 사람 만들더군요.
어이가 없어서 '우리 아빠 환갑이 고기 파티로 보여? 당신네 제사는 목숨 걸면서 챙기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어?' 했더니 돌아온 답이 더 가관이었어요. '제사는 조상한테 복 받는 신성한 의식이고 환갑은 그냥 생일 중에 좀 큰 거지 뭘 그렇게 유난이야'라는 거예요. 제가 울면서 따지니까 마지막에 칼을 꽂더라고요. '우리 집안은 원래 제사가 먼저야. 꼬우면 장남한테 시집오질 말았어야지. 우리 엄마는 평생 그렇게 사셨어.'
그 말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뭔가 툭 끊겼습니다. 지난 6년간 제가 반차 쓰고 무릎 꿇고 부쳐온 전이며, 친정에 죄인처럼 굴었던 시간들이 한 번에 쓰레기가 된 기분이었어요. 제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사람이랑 앞으로 수십 년을 더 살아야 하나 싶으니까 제 인생이 너무 가련해서 미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