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너무 당황해서 키보드가 제대로 안 눌려요. 어제 그 일 겪고 나서 소름이 가시질 않아서 밤새 뒤척이다가 그대로 아침을 맞았어요.
고등학교 3년 내내 붙어다닌 절친이 하나 있어요. 걔는 수시로 인서울 명문대 갔고 저는 재수 끝에 지방 사립대 왔거든요. 솔직히 합격 발표 나고부터 묘하게 거리감이 생긴 건 맞는데 그래도 걔는 원래 똑똑했으니까 당연한 결과라고 스스로 납득하면서 진심으로 축하해줬어요.
근데 며칠 전 동창 술자리에서 2차까지 가서 취기가 확 올랐을 때 걔가 갑자기 폰을 들이밀더라고요. 테이블 위에 소주잔이랑 양념 묻은 휴지 널브러진 사이에 카톡 화면이 번쩍였는데 자기 과외쌤이랑 나눈 대화였어요. 내용이 진짜 가관이더라고요. 생기부 독서활동 전부 학원 강사가 대필해주고 봉사시간은 존재하지도 않는 단체 도장 파서 찍어 넣었다는 자랑이 버젓이 적혀 있었어요.
제가 놀라서 술이 확 깨는 목소리로 "야 이거 진짜야? 이거 걸리면 부정입학 아니야?" 물었더니 걔 표정이 순식간에 굳더니 코웃음을 치더라고요. "야 너 진짜 순진하게 산다. 입시판 원래 다 이렇게 굴러가. 안 하는 애가 어딨냐? 부모 능력 되는 애들은 다 해. 그걸 못 해준 네 부모가 아쉽고 네가 바보인 거지" 딱 이렇게 말하는데 소름이 쫙 끼치더라고요.
그 순간 머리에서 띵 소리가 나면서 지난 2년간 제가 울면서 버틴 재수 생활이랑 쪽잠 자며 외운 영단어들이 전부 우스워지더라고요. 걔가 재수할 때 옆에서 "힘내" 하면서 토닥여줄 때 속으로는 '저 병신은 왜 아직도 책상에 앉아있냐'고 비웃었겠구나 싶으니까 피가 거꾸로 솟더라고요.
웃긴 건 저도 고3 때 학원에서 돌려준 독후감 두어 개 베껴서 생기부에 넣은 적은 있어요. 근데 그건 다들 하는 관행인 줄 알았지 없는 단체 도장까지 파서 찍는 건 선을 넘은 거 아니에요? 걔는 지금 유유자적 대학 다니면서 과외로 용돈 벌고 있는데 저는 학자금 대출 이자에 허덕이며 편의점 알바 뛰고 있으니 억울해서 미치겠어요. 이거 교육청에 신고해도 되죠? 이건 질투가 아니라 상식과 정의 문제잖아요.
글을 올리자마자 동창 단톡방이 발칵 뒤집혔어요. 그 애가 제가 쓴 글인 걸 바로 알아채고 카톡 폭탄을 퍼붓더라고요.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너도 학원 독후감 베껴놓고 왜 이제 와서 깨끗한 척하냐고 따지는데 뻔뻔함에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술자리에서 한 말은 녹음해둔 게 없지만 폰에서 캡처한 대화 내용이 워낙 선명해서 교육청에 민원을 넣기로 결심했어요. 몰래 폰을 뒤진 건 좀 찔리지만 이런 편법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미 캡처본은 따로 저장해두었고 주변에도 알릴 생각이에요. 지금 집 앞까지 사과하러 찾아온다는데 절대 마주치지 않을 거고 끝까지 인실좆으로 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