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너무 당황해서 키보드 두드리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경찰서로 달려가야 하나 싶어서 글 올립니다. 이야기가 좀 길어도 제발 끝까지 읽고 현실적인 조언 좀 부탁드려요.
지난주에 친구 소개로 소개팅이 하나 들어왔어요. 상대분이 외모도 깔끔하고 직업도 안정적이라 저도 은근 기대를 했거든요. 근데 같은 과 동기 ○○이가 자기가 옆에서 얼굴 좀 봐줘야 한다며 따라가겠다고 우기는 거예요. 요즘 세상이 험해서 이상한 사람 걸리면 어떡하냐면서요. 제가 원래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결국 그러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부터 단단히 잘못 꿴 거였어요.
결국 셋이서 약속 장소인 카페 앞에서 만났는데, ○○이가 갑자기 자기가 아는 한우집이 있다며 그리로 가자고 우기더라고요. 입구 메뉴판 보자마자 가격대가 심상치 않아서 소개팅남 분 표정이 살짝 굳는 게 보였어요. 근데 첫 만남이라 분위기 깨기 싫으셨는지 그냥 따라오셨죠. 앉자마자 ○○이가 메뉴판도 제대로 안 보고 특수부위랑 와인까지 줄줄이 시키는데 제가 테이블 밑에서 팔을 툭 쳐도 '오빠 오늘 제 친구 챙기러 와주신 거잖아요, 이 정도는 쏘셔야죠~' 하면서 완전 능청을 떠는 거예요.
고기 굽고 한창 먹을 때쯤 그분이 급한 전화가 왔다며 잠깐 밖으로 나가셨는데 테이블 위에 가죽 지갑이랑 카드가 그대로 놓여 있었어요. 그 순간 ○○이가 제 눈을 빤히 보더니 목소리를 깔고 '야 쟤 돈 많아 보이는데 우리 그냥 긁고 튀자' 하는 거예요. 저는 당연히 장난인 줄 알고 하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는데 얘가 벌떡 일어나더니 카드를 낚아채서 카운터로 직행하더라고요. 홀 매니저한테는 '오빠가 일이 생겨서 먼저 가셨는데 이 카드로 미리 결제해달래요'라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고 수백만 원을 선결제로 긁어버렸어요.
전 뇌정지가 와서 멍하니 있는데 ○○이가 제 가방이랑 팔을 잡아끌고 홀 구석 비상구 쪽 뒷문으로 뛰쳐나갔어요. 근처 프랜차이즈 카페 2층 구석자리로 숨어들어가서 제가 미쳤냐고 이게 범죄라고 따지니까 얘가 코웃음을 치면서 '야 너 거울 좀 봐봐. 네 얼굴로 이런 비싼 한우집 올 일이 또 있겠냐? 네가 못생겨서 분위기 다 잡쳐서 내가 네 시간값 보상받아준 건데 왜 유난을 떨어?'라는 거예요.
지금 소개팅남 분한테 부재중이랑 문자가 미친 듯이 오고 있어요. 카드 도용으로 고소하겠다, 경찰에 접수하겠다는데 ○○이는 '우리가 안 했다고 버티면 증거 없으니까 괜찮다'면서 저보고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래요. 저 이러다 공범으로 엮이는 거 아닌가요? 친구라는 애는 제 외모 탓만 하고...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하얗게 됐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