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4시간 학원 자습실이랑 강의실만 왔다 갔다 하는 고3입니다. 지금 너무 당황해서 글자도 제대로 안 눌려요.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어디라도 토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 글 올립니다.
제가 다니는 학원은 이 바닥에서 악명 높은 성적순 반 배치고 매달 모의고사 석차를 복도 벽에 도배하는 곳이에요. 일주일 전부터 3층 여자 화장실 제일 안쪽 칸, 변기 옆 타일 벽이랑 철문 뒤에 제 실명이랑 폰 번호, 거기에 '조건 만남 가능, 새벽 2시 이후 연락' 이런 미친 낙서가 있다는 걸 같은 반 친구가 찍어서 보여줬어요.
처음엔 누가 장난치는 줄 알았죠. 근데 그날 저녁부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미친 듯이 오고 '얼마야' '지금 되냐' 이런 문자가 쏟아지는데 피가 거꾸로 솟더라고요. 바로 원장실 달려가서 복도 CCTV 좀 봐달라 했더니 화장실 안은 안 보이고 복도엔 애들이 수십 명이 들락거려서 특정이 안 된다는 말만 돌아왔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잡기로 했어요. 부모님 몰래 용돈 모아서 손톱만 한 바디캠 하나 사서 3층 화장실 세면대 옆 청소도구함, 걸레랑 세제통 사이에 테이프로 교묘하게 고정해뒀습니다. 다음 날 저녁 자습 끝나고 영상 돌려보는데 심장이 쿵 내려앉았어요. 찍힌 애가 우리 학원 전교 1등, 선생님들이 입만 열면 천사라 부르는 A였거든요.
A는 평소에 저랑 말 한마디 안 섞는 애였어요. 조용하고 공부만 하는 척하면서 제가 자습 중에 기침하거나 사물함 문 조금 세게 닫으면 대놓고 째려보고 조용히 하라고 눈치나 주던 애죠. 영상 들고 가서 따지니까 처음엔 잡아떼더니 캠 영상 보여주니까 표정 싹 바꾸고 '네가 시끄럽게 해서 내 집중 다 깨지는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이러는 거예요.
더 어이없는 건 그 다음이에요. A 부모가 변호사 데리고 학원으로 들이닥쳐서는 제가 화장실에 캠 설치한 게 법에 걸린다며 오히려 저를 신고하겠다며 난리 치는 거예요. 원장은 A는 명문대 보내야 한다면서 저보고 덮고 조용히 전학이나 가라고 떠미네요. 전 지금 번호 다 퍼져서 새벽마다 전화 시달리는데, 우등생 가면 쓴 애를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무섭고 억울합니다.
이 글이 여러 커뮤니티로 퍼지며 조회가 폭증하자 학원 안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습니다. 복도 석차표가 무색하게 모두가 화장실 사건만 수군거렸죠. 천사로만 알던 전교 1등 A의 낙서 행각이 알려지자 원장과 강사들도 더는 감싸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곧 A 측에서 반격 자료를 내놓으며 분위기가 뒤집혔습니다. 제가 중학교 때부터 A의 가정사를 들먹이며 괴롭혀 왔고 최근까지 사물함에 쓰레기를 넣는 등 집요하게 괴롭힌 카톡 기록과 사진이 공개된 겁니다. 댓글 여론은 급격히 식으며 둘 다 문제다, 누구 편도 들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 됐습니다. 결국 저는 3층 화장실에 캠을 설치한 건으로 조사를 받게 됐고 A는 정학 처분을 받아 명문대 진학이 무산됐습니다. 같은 학원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던 두 사람의 수험 생활은 아무런 성과도 남기지 못한 채 파국으로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