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퇴근길 1호선에서 진짜 역대급 무개념 때문에 글 올립니다. 제가 예민한 건지 여러분이 객관적으로 좀 판단해주세요.
세 칸짜리 긴 의자에 앉아서 친구랑 카톡하고 있었거든요. 회사 상사 뒷담화에 요즘 쌓인 스트레스까지 그냥 쏟아내는 중이었는데, 제 오른쪽에 등산복에 커다란 배낭까지 멘 아줌마가 딱 붙어 앉더니 제 폰 화면을 대놓고 훑어보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처음엔 우연히 시선 갔나 했는데, 제가 톡방 넘길 때마다 고개를 제 팔 쪽으로 쑥 내밀고 눈동자까지 따라오는 거예요. 액정 밝기도 낮췄는데도 그렇게까지 들여다보니 프라이버시 개념 자체가 없는 사람 같았죠.
너무 열받아서 일부러 카톡 입력창에다 대놓고 쳤습니다. '옆자리 아줌마가 제 폰 대놓고 훔쳐보는데 진짜 소름끼치네요. 가정교육은 독학하셨나봐요' 라고요. 글자 크기도 제일 크게 키워서 안 볼 수가 없게 각도까지 살짝 틀어줬죠. 역시나 그 아줌마, 그 문장 읽자마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저를 노려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당당하게 한마디 했습니다. '아줌마, 남의 인생이 그렇게 궁금하세요? 궁금하면 영화관 가서 영화나 보시지 왜 남의 사생활을 훔쳐보세요?' 하고 열차 안에 다 들리게 말이죠. 주변 사람들 시선이 다 몰리니까 아줌마가 '아니 그냥 본 건데 뭘 그렇게까지...' 하고 웅얼거리길래 바로 쐐기 박았습니다. '본 게 아니라 훔쳐본 거죠. 한 번만 더 제 폰에 눈 대면 바로 승무원 부를 줄 아세요' 라고요.
결국 그 아줌마 씩씩거리면서 다음 역에서 내리더라고요. 내리면서까지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수준 떨어져서 상대하기도 싫었습니다. 퇴근길에 피곤해 죽겠는데 왜들 남의 폰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지 모르겠네요. 제가 너무 세게 했나요? 그래도 할 말은 하고 내리니까 속은 다 시원하네요. 세상 무서운 줄 좀 알아야죠.
그 지하철 사건 이후로 벌써 한 달이 흘렀다.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실시간 베스트에 오르면서 응원이 쏟아졌다. 사이다 대처다, 배워야 한다는 댓글을 보며 내 대응이 옳았다는 확신이 더 단단해졌고 조회수와 추천이 계속 오르니 속이 다 후련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피로감도 생겼다. 내 특유의 문체와 말투를 기억한 지인들이 혹시 너 아니냐며 연락해 오기 시작한 것이다.
진짜 반전은 며칠 전 출근길에 터졌다. 그때 그 등산복 차림의 아줌마가 회사 근처 마트에서 근무하는 분이었던 것이다. 마주치자마자 나를 알아본 그분은 목소리를 높이며 따지기 시작했다. 내가 인터넷에 자신을 비하하는 글을 올린 걸 어떻게 알았는지 자식들이 그 글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다. 그 연세에 커뮤니티를 뒤져 글을 찾아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솔직히 순간 당황했지만 내 생각은 변함없다. 먼저 내 화면을 훔쳐본 건 그쪽이고 나는 느낀 불쾌감을 표현했을 뿐이니까. 그런데 이야기가 회사 게시판까지 퍼지면서 상황이 커졌다. 팀장님이 따로 불러 개인 갈등을 공개적으로 키워 회사 분위기를 흐리지 말라고 주의를 주셨다. 훈계를 듣는 내내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다들 나를 문제아 취급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맞대응을 결심했다. 명예훼손과 무고로 맞고소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명분이 내 편이니 법대로 가면 질 이유가 없다고 믿는다. 댓글에서 응원하던 사람들도 내 편을 더 들어줄 거라 확신한다. 이제 마트 앞을 지날 때마다 그분과 신경전을 벌이는 게 일상이 됐다. 지지 않을 생각이다. 오히려 그 마트의 불친절과 위생 상태를 꼼꼼히 기록해 시리즈로 올릴 계획까지 세웠다. 결국 정의는 내 편에서 이길 거라 믿는다.
요즘은 잠들기 전 그날 찍어둔 아줌마의 당황한 표정 사진을 다시 보며 다음 계획을 구상한다. 내 사생활을 훔쳐본 대가가 얼마나 쓰라린지 제대로 느끼게 해주고 싶다. 주변에선 너무 독하다고 하지만 내 지론은 분명하다. 배려를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배려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내일 출근길에도 또 누가 내 화면을 노릴지 몰라 카메라 앱을 켠 채 긴장을 늦추지 않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