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너무 당황해서 글자가 제대로 안 눌려요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올 것 같은데 1년 동안 결혼까지 생각하고 만난 남친이 이름부터 나이 학력 부모님 직업까지 모조리 가짜였다는 걸 방금 알았어요
애는 입만 열면 국내 탑급 대학 나왔다 외국계 컨설팅 다니고 부모님은 한정식집 크게 하신다고 했거든요 키 크고 모델처럼 생겨서 매너까지 미쳤고 저는 진짜 인생 역전한 줄 알고 친구들 단톡이며 회사며 온 동네에 자랑하고 다녔어요
근데 몇 주 전부터 상견례 날짜만 잡자 하면 계속 차일피일 미루고 부모님 가게 한 번 가보자니까 갑자기 예약 꽉 찼다 부모님 편찮으시다 핑계만 대는 게 너무 찜찜했거든요 어제 카페에서 얘가 화장실 간 사이에 의자 밑으로 지갑이 툭 떨어져서 주워서 챙겨주려다 신분증이 삐죽 나와서 봤는데 제가 알던 이름이랑 나이가 완전 다른 거예요 이름 한 글자도 안 맞고 나이도 세 살이나 더 많았어요
심장이 철렁해서 미안한 줄 알면서도 핸드폰을 열어봤어요 잠금 풀자마자 카톡에 여자 이름으로만 도배된 1:1 대화방이 수십 개가 뜨는데 저한테 하던 멘트 그대로 복붙해서 학벌 부모님 건물 얘기로 작업 중이더라고요 회사 다닌다는 것도 에어비앤비로 회의실 같은 데 하루 빌려서 사진 찍고 출근하는 척 쇼한 거였어요
다 들이대고 따지니까 얘 표정이 싹 굳더니 어이없게도 그러는 거예요 너도 내 스펙 보고 만난 거잖아 나 덕에 좋은 호텔 가고 명품 선물 받고 좋았으면 됐지 뭘 따지냐고 그리고는 오히려 니가 내 신분증이랑 폰 몰래 본 거니까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는데 진짜 적반하장이 따로 없더라고요 참고로 그 명품들도 다 가품이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제가 너무 한심해서 미치겠어요 그놈 배경 믿고 부모님한테까지 허세 부리고 제 카드까지 내줘서 명품 쇼핑 시켜준 제가 제일 싫어요 이거 그냥 당하고만 있어야 하나요 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방법 없을까요 제발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