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짜 속 터져서 글 안 쓰면 잠을 못 잘 것 같아서 올려요. 제가 소심해서 예민하게 구는 건지, 아니면 이건 누가 봐도 선 넘은 건지 솔직하게 좀 까주세요. 욕해도 됩니다.
지난주 토요일, 10년 넘게 붙어다닌 절친 김** 결혼식이었어요. 제가 가방순이를 맡았거든요. 말만 친구지 당일은 그냥 신부 전담 비서죠. 아침 8시부터 메이크업샵 의자 옆에 짐 더미 올려놓고 대기하고, 식장 도착해서는 신부대기실 소파 옆에 찰싹 붙어서 축의금 가방 무릎에 올리고 지키고, 하객들 봉투 들어올 때마다 명단 체크하고, 포토타임 때마다 드레스 끌리는 거 잡아주고 베일 펴주고... 진짜 대기실이랑 로비 복도 왔다 갔다 하느라 물 한 모금도 제대로 못 마셨어요.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제가 지하철 급정차 때문에 식장에 30분 늦게 들어간 건 맞아요. 신부대기실 문 열고 들어갔을 때 신부가 거울 앞에서 굳어있는 거 보고 식은땀 났거든요. 그래서 더 미안해서 폐백 끝나고 양가 어른들 인사할 때까지 옆에서 죽치고 온갖 잔심부름 다 했어요. 축의금은 따로 10만원 봉투로 냈고요.
근데 결혼식 끝나고 딱 일주일 동안 연락이 뚝 끊기더니 어제 저녁 7시쯤 카톡 하나 덜렁 오는 거예요. '유정아 그날 고생 많았어 덕분에 잘 끝났어 이거 마시고 풀어~' 하면서 편의점 2천원짜리 캔커피 기프티콘 하나. 바코드 딱 하나 찍혀있는 그거요.
눈 의심해서 한참 쳐다봤어요. 하루 종일 밥도 걸러가며 뛰어다닌 대가가 고작 캔커피 한 캔인가 싶어서 욱해서 답장했죠. '커피는 고마워 근데 하루 고생한 거 생각하면 좀 허무하네'라고 보냈더니 바로 답이 와요. '너 그날 30분 늦어서 나 대기실에서 혼자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아? 다른 애한테 급하게 가방 맡기느라 민망해서 죽는 줄 알았다. 그래도 생각해서 커피라도 보낸 거야' 완전 적반하장이더라고요.
제가 늦은 건 미안한데 그거 하나로 제가 하루 종일 한 수고를 다 없던 셈 치는 게 맞나요? 주변 애들 얘기 들어보면 가방순이 하면 최소 백화점 상품권, 많게는 지갑 같은 거 챙겨준다던데 저는 편의점 캔커피라니. 제가 너무 큰 걸 바라는 건지, 아니면 걔가 처음부터 저를 그냥 무료 알바 취급한 건지 헷갈려서 잠이 안 와요. 누가 봐도 제가 속 좁은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