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새벽 두 시가 넘었는데도 가슴이 쿵쾅거려서 도저히 잠을 못 자고 글 올립니다. 저는 중견기업 마케팅팀에서 3년째 버티고 있는 27살 대리입니다. 팀장인 이**는 평소에도 제가 야근해서 만든 자료를 슬쩍 가져가 본인 것처럼 보고하고, 회의 때 은근슬쩍 제 말을 끊고 무시하는 게 일상이었어요. 그래도 월급 받으려면 참아야지 했는데 이번엔 진짜 도를 넘었습니다.
이번 신규 브랜드 런칭 기획안, 제가 3주 동안 거의 집에 못 들어가고 회사 책상에 엎드려 잤으면서 만든 겁니다. 시장 조사부터 타깃 분석, 채널별 실행안까지 엑셀 시트 40장에 PPT 80장, 제가 직접 다 깠어요. 팀장은 중간에 어깨 두드리면서 '유 대리 고생 많다, 이번 끝나면 내가 확실히 챙겨줄게' 하길래 바보같이 그 말을 믿고 더 악착같이 매달렸습니다.
그리고 엊그제 회장님 보고 날이었어요. 8층 대회의실 앞 복도에서 자료 들고 대기하고 있는데, 팀장이 갑자기 제 팔을 잡더니 '야, 유 대리 너는 여기 남아서 잡무 좀 처리해. 회장님은 사람 많은 거 딱 질색하셔' 하면서 저만 빼버리는 겁니다. 유리문 닫히기 직전까지 팀장 등만 보고 서 있었는데, 그땐 그냥 아 회장님 스타일이 그렇겠지 하고 넘겼어요.
근데 보고 끝나고 복도 정수기 앞에서 물 뜨는데 회의실 문이 열리면서 안쪽 대화가 그대로 들렸습니다. 회장님이 '기획안 신선하네, 이 팀장 고생했어' 하시니까 팀장이 헤헤 웃으면서 '사실 초안은 저희 팀 유 대리가 잡긴 했는데, 솔직히 완성도가 너무 떨어져서 제가 뼈대부터 다시 잡고 디테일까지 전부 갈아엎느라 밤샜습니다. 유 대리는 아직 이런 큰 건 맡기기엔 역량이 좀 부족하더라고요' 라고 하더군요. 제 문장, 제 그래프 그대로 들어가 있는 걸 제가 아는데도요.
그 순간 머리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이었고 다리에 힘이 풀려서 정수기 잡고 겨우 섰습니다. 90%는 제 손으로 쓴 내용인데, 회장님 앞에서 대놓고 저를 무능한 애로 포장하는 걸 듣는데 눈앞이 하얘지더라고요. 회장님은 '사람 키우기 쉽지 않지' 하면서 팀장 어깨 툭툭 두드리고 나가셨고, 팀장은 저랑 복도에서 눈 마주치자마자 표정 하나 안 바꾸고 '유 대리, 아까 시킨 정리 다 했어?' 하고 묻더군요. 진짜 소름이 끼쳤습니다.
팀원들은 제가 3주간 어떻게 고생했는지 다 알면서도 팀장 눈치 보느라 모른 척하고, 저는 하루아침에 회장님 머릿속에 '기본도 안 되는 직원'으로 찍혀버렸습니다. 제가 너무 예민한 건가요? 팀장은 집안도 좋고 회장님 신임도 두터워서 제가 따져봤자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고, 매일 출근길이 지옥 같습니다. 이대로 계속 다녀야 할지, 그냥 퇴사가 답인지 너무 억울해서 미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