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법원 가는 지하철 안이다. 출근 시간 미어터지는 2호선 한가운데 낑겨서 손잡이도 못 잡고 핸드폰만 붙들고 있는데 정신이 없어 글자가 자꾸 튄다. 내 나이 스물넷, 남들은 제일 반짝일 나이라는데 나는 지금 인생에서 제일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이 글 쓰는 이유는 하나다. 너무 억울해서, 내 얘기라도 들어보라고.
어릴 때부터 꿈은 하나였다. 인플루언서. 예쁜 옷 입고 좋은 데 가서 사람들 동경 받는 삶. 그게 내 전부였다. 근데 세상은 진짜 불공평하다. 금수저들은 명품 하나 툭 걸치고 거울 셀카 하나 올리면 팔로워가 몇만씩 붙는데, 나처럼 밑바닥에서 시작한 애들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래서 투자하기로 했다. 내 미래에, 내 브랜드에.
처음엔 제2금융권에서 조금 빌렸다. 사진 잘 나오려면 조명도 사야 하고 매일 같은 옷 입고 찍을 순 없잖아. 스튜디오 빌리고 명품 렌탈하고 보정 프로그램 결제하고, 그렇게 조금씩 불어난 게 어느새 1억이 넘었다. 중간에 돈 막히니까 친구들한테도 손 벌렸다. 명의 좀 빌려달라고, 나중에 내가 뜨면 몇 배로 갚겠다고 했다. 그게 그렇게 큰 죄냐? 걔들도 내 성공 같이 응원했던 거 아니냐? 이제 와서 유이○가 사기니 경찰이니 하는 거 진짜 정 떨어진다.
사람들은 나보고 허영 덩어리라 욕한다. 근데 이건 허영이 아니라 생존이었다. 인플루언서는 보이는 게 직업인데 낡은 티 입고 찍으라는 거냐? 나는 내 예술, 내 브랜드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오늘 파산 신청이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지만 세상이 내 노력을 이렇게 짓밟는 게 원망스럽다. 나는 그냥 남들처럼 빛나고 싶었을 뿐인데 왜 나한테만 이렇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