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딱 한 달 남았는데 진짜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에요. 3년을 만났고 이 사람만큼 완벽한 남자는 없다고 믿었거든요. 대기업 과장에 집안도 탄탄하고, 중소기업 대리인 제 월급으론 평생 못 살 명품백이랑 오마카세며 호캉스며 다 해주는 사람이었어요. 사실 두 달 전쯤 카드 내역에 낯선 월세 이체 내역 본 적 있는데, 그때 딱 백 하나 사주길래 그냥 눈 감고 넘어갔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때부터 찜찜했는데 결국 터진 거죠.
엊그제 신혼집 거실에서였어요. 걔가 욕실에서 샤워하는 동안 소파 쿠션 사이에 놓인 아이패드에서 알림이 계속 울리더라고요. 평소엔 일부러 안 보는 척했는데 그날은 손이 먼저 가더라고요. 잠금도 안 걸려 있었고 카톡 미리보기에 그대로 박혀 있었어요. ‘오빠 저번에 사준 팔찌 너무 예뻐요 오늘 밤에 볼 수 있어요?’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줄 알았어요.
손 떨면서 대화창을 위로 쓸어 올렸는데 더 가관이었어요. 저랑 웨딩 스튜디오에서 턱시도 드레스 입고 화보 찍던 날, 양가 부모님 모시고 상견례하던 날에도 걔는 그 여자랑 연락하고 만나고 있었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명문대 미대생이라는데 학비에 자취방 월세, 생활비까지 걔가 다 대주고 있었어요. 제 결혼 준비 비용보다 그쪽에 더 쓴 것 같더라고요.
샤워 끝나고 욕실 문 열고 수건으로 머리 털면서 나온 걔한테 아이패드 던지면서 소리 질렀어요. 이게 뭐냐고 설명해보라고. 근데 걔 표정 하나 안 변하더라고요. 물기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수건으로 문지르면서 저를 위아래로 훑더니 진짜 차분하게 말하더라고요. ‘그거 그냥 취미 같은 거야. 너랑 결혼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니잖아.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제가 당장 파혼하자고 짐 싸서 나가라고 하니까 코웃음 치면서 쏘아붙이더라고요. ‘현실을 좀 봐. 네 그 월급으로 지금 같은 생활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 넌 나 아니면 누구랑 결혼할 건데? 다시 그 답답한 본가 들어가서 평생 중소기업이나 전전하고 싶어? 억울하면 너도 나중에 조용히 딴짓 하든가. 입만 닫고 있으면 네가 원하는 화려한 삶 평생 보장해주겠다는 거야.’
그 순간 제가 3년을 사랑한 사람이 아니라 완전 처음 보는 괴물이 앞에 서 있는 것 같았어요. 더 소름 끼치는 건 그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어서 제가 1초 망설였다는 거예요. 청첩장은 이미 다 돌렸고 부모님은 사위 자랑에 주변에 자랑하느라 난리인데 이제 와서 파혼하면 사람들 얼굴을 어떻게 봐요. 진짜 눈앞이 캄캄하고 미치겠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