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혼자 원룸 자취하는 24살 여대생입니다. 어제부터 너무 무서워서 잠도 못 자고 이렇게 글 씁니다.
이번에 좀 무리해서 평수 넓은 원룸으로 옮겼는데 보증금에 월세까지 내고 나니 통장이 완전히 바닥났어요 그래서 가구는 전부 당근 나눔으로 해결하려고 알림까지 켜두고 하루종일 새로고침만 했습니다 그러다 말도 안 되는 글이 올라온 거예요 사진만 봐도 수백은 할 것 같은 킹사이즈 침대가 무료 나눔이라니 눈이 뒤집히더라고요
글에는 오늘 바로 가져갈 사람만 연락 달라고 적혀 있었어요 저는 바로 채팅 보내서 제가 얼마나 생활이 빠듯한 학생인지 얼마나 절실한지 온갖 사연 다 붙여서 어필했죠 결국 경쟁 뚫고 제가 받게 됐습니다 용달비 5만원이 너무 아까웠지만 정가 생각하면 껌값이라 스스로 최면 걸고 바로 용달 불러서 가져왔어요
물건 받으러 간 곳은 오래된 빌라 1층이었는데 문 열자마자 짐이 가득 쌓여 있었고 백발 할머니가 현관에 그 침대를 세워두고 기다리고 계시더라고요 저를 보자마자 표정이 묘하게 굳으시더니 안쓰러운 듯하면서도 무거운 짐을 드디어 넘긴 사람처럼 한숨 섞인 미소를 지으셨어요 그러면서 매트리스 모서리를 툭 치며 절대 밑은 들춰보지 말고 그냥 그대로 쓰라는 말을 꼭 남기셨어요 그때는 그냥 연세 드신 분 잔소리려니 했죠
집에 와서 용달 기사님이랑 현관 좁은 복도 끼고 방까지 침대를 밀어 넣고 수평 맞추려고 매트리스를 살짝 들어 올린 순간이었어요 프레임과 매트리스 사이 틈으로 노란 종이가 빼곡하게 보이는 거예요 자세히 보니 매트리스 바닥 전체에 빨간 글씨로 빼곡하게 적힌 부적이 빈틈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어요 마치 뭔가를 꽁꽁 싸매서 가둬둔 것처럼요
기사님도 보자마자 뒷걸음질 치시더니 아이고 아가씨 이건 좀 무섭다 이대로 쓰면 안 된다 그냥 버리는 게 낫겠다며 질색을 하시더라고요 저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소름이 온몸으로 퍼졌는데 그 순간 침대 헤드 쪽에 박힌 브랜드 로고가 눈에 박혔어요 아까 검색했던 그 명품 맞더라고요 프레임까지 합치면 500은 훌쩍 넘는 모델이라 제 월세 열 달치는 되는 돈이에요
기사님 보내고 혼자 방에 남으니 그때부터 매트리스 밑에서부터 퀴퀴한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오래 묵은 먼지 썩는 냄새 같기도 한 역한 향이 코를 찔렀어요 부적을 다 뜯어낼까 손을 댔다가 할머니가 절대 보지 말라던 말이 떠올라 손끝이 벌벌 떨려서 그대로 멈췄습니다
더 소름인 건 그때부터 베란다 쪽에서 손톱으로 유리창을 긁는 듯한 끼익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리는 거예요 여기가 5층인데 베란다 창문은 침대에서 채 1미터도 안 떨어져 있어요 지금 패드 세 장을 겹쳐 깔고 그 위에 웅크려 앉아 글 쓰는데 등 뒤가 계속 서늘하고 누가 제 목덜미 바로 뒤에서 숨을 쉬는 것 같아요
여러분 저 어떡해야 할까요 무서워서 미치겠는데 이걸 버리자니 너무 비싸서 아까워 미칠 것 같아요 그냥 부적 다 떼고 탈취제 왕창 뿌려서 쓰면 괜찮을까요 제가 너무 예민한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