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너무 당황해서 글이 제대로 써질지 모르겠어요. 저 지금 편의점 앞 벤치에 앉아서 멍하니 있는데, 머릿속이 하얘지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제가 너무 바보 같아서, 아니면 제가 너무 착해서 이런 일을 당하는 건가요?
저랑 룸메는 고향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어요. 부모님들끼리도 친하시고, 서울 올라와서 외로우니까 같이 살기 시작한 지 2년 정도 됐거든요. 룸메가 워낙 화려하게 생기고 꾸미는 거 좋아해서 가끔 제가 위축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저한테는 소중한 친구라고 믿었어요. 제 남자친구도 룸메 소개로 만난 건 아니지만, 저희 집에 자주 놀러 오면서 셋이서 술도 마시고 꽤 친하게 지냈거든요.
오늘 제가 오전 수업 듣고 바로 편의점 오후 시간대 대타 알바가 있었어요. 남자친구가 어제 저희 집에서 자고 갔는데, 아침에 제가 나갈 때까지만 해도 피곤하다고 더 자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룸메도 오늘 1교시 없다고 늦잠 잔다길래, 둘 다 깨우기 미안해서 그냥 조용히 문 닫고 나왔죠. 냉장고에 먹을 거 있으니까 챙겨 먹으라고 카톡 하나 남겨두고요.
근데 갑자기 점심때쯤 사장님이 일찍 오셔서 급하게 교대해주시는 거예요. 그래서 생각보다 한 시간 일찍 집에 들어갔거든요. 현관문 번호 키 누르고 들어가는데, 평소 같으면 룸메가 '왔어?' 하고 인사할 텐데 집이 너무 조용한 거예요. '아직 다들 자나?' 싶어서 조심조심 거실로 들어갔는데...
룸메 방 문이 살짝 열려 있더라고요. 근데 거기서 들리는 소리가... 진짜 제 귀를 의심했어요. 헐떡이는 소리랑 침대 삐걱거리는 소리... 설마설마하는 마음에 문틈으로 들여다봤는데, 제 남자친구가 룸메 침대 위에서 룸메랑 엉겨 붙어서 스킨십을 하고 있는 거예요. 룸메는 얄팍한 슬립만 입은 상태였고, 남자친구는 상의도 안 입고 있었어요.
그 순간 눈이 마주쳤어요. 룸메랑요. 근데 룸메가 당황해서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니라, 절 보더니 입가에 아주 묘한 미소를 띠는 거예요. 마치 '이제 알았어?'라고 비웃는 것처럼요. 남자친구는 뒤늦게 절 보고 소리 지르며 이불로 몸 가리는데, 저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방만 꽉 쥐고 있었어요.
제가 너무 호구 같죠? 소리라도 지르고 머리채라도 잡았어야 했는데, 그냥 뒷걸음질 쳐서 집 밖으로 뛰쳐나왔어요. 지금 폰으로 남자친구한테 미안하다고, 실수였다고 연락 계속 오는데 룸메는 아무 연락도 없어요. 방금 전 룸메 인스타 보니까 '비밀은 없는 법'이라며 웃는 셀카 올렸더라고요. 저 진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 집 보증금도 같이 부담하고 있는데, 저 인간들 꼴 보기 싫어서 당장이라도 죽고 싶은 심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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